법원은 그간 위법적으로 은폐-방치해온 교수재임용 관련 첫 번째 판결인 ‘판례 77다300’ 을 소생시키고, 지난 20년간 저질러온 잘못들의 시정에 즉각 나서라!!!

☞ 대법원의 법률해석 불법 변경에 대한, 공개 질의서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된 많은 교수들이 아직도 법정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2005년 7월 재임용탈락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공포된 ‘대학교원 기간 임용제 탈락자구제를 위한 특별법’조차도 부당 해직된 교수들에게 사실상 복직의 길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법원이 재임용탈락 문제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는가는 부당해직 문제의 해결에 관건적인 중요성을 지닌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최근의 법원 판결은 우리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리는 것이었다.

지난 3월 9일 사립학교법이 개정 된 이후 최초로 사립대교수 재임용탈락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주심: 양승태 대법관, 2003다52647, 2003재다262)이 있었다. 그런데 이 판결은 “정관이나 인사규정 또는 임용계약에 재임용 강제조항이 있거나 그 외 임용계약이 반복 갱신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임용기간이 만료된 사립학교 교원은 임용기간 만료로 대학교원 신분을 상실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재임용탈락 무효확인’ 이 곧 ‘교수지위 확인’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상식 밖의 기상천외한 논리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이 판결의 요지는 재임용 심사 부당여부를 판단하여 심사가 부당하다고 밝혀지면 재임용탈락 무효는 확인해 줄 수 있지만, ‘학교정관에 재임용 의무규정이나 이에 준하는 특별 규정이 없는 한’ 교수지위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임용탈락의 부당성이 밝혀져 학교 측의 재임용거부를 무효화시키면 교수지위를 확인해줌으로써 당연히 복직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이와는 달리, 재임용 무효 확인은 해 줄 수 있지만 교수지위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니, 이 무슨 궤변인가?
이런 궤변을 담은 판결이 판례로 확정된다면,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된 교수들에 대한 구 사립학교법과 신 사립학교법의 차이란 구법에서는 해당교수가 한 푼도 못 받고 해고되어야 한다면, 신법에서는 재임용을 받을 수 있는 기간 (조교수의 경우 대체로 3년)에 해당하는 임금보상을 받고 해고되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되면, 구제절차를 구비한 현행 사립학교법 하에서도 교수신분은 보장받을 수 없게 되고, 재임용 거부의 위법성이 밝혀져도 임용권자는 약간의 손해배상 책임만 지닐 뿐 자유재량으로 교수를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그대로 누리게 된다.

이런 조건 속에서, 재임용에서 부당하게 탈락당한 교수들이 학교로 되돌아가 다시 교단에 서는 일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구 사립학교법이 헌법불일치 판결을 받은 오늘날에도, 다수 국민의 인권을 유린해 온 과거사의 청산을 법원 개혁의 제1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신임 대법원장 하에서도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을 보니, 한국의 법원은 아예 ‘권력층의 영원한 보호자’가 되겠다고 단단히 작심한 모양이다.
(참조 ☞ 대법원은 양심교수 죽이는 연구소(?))

우리는 위의 판결이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 제3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얻어낸 2003년 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05년 1월 27일 개정 공포된 현행 사립학교법 및 2005년 1월 27일 개정 공포된 현행 교육공무원법을 사실상 무용화-무효화시키는 판결이라고 믿는다.

이 판결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은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를 되살린 것으로 ‘교원지위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31조 제6항을 위반하고 있는 위헌적 판결이다. 게다가 이 판결은, “재임용 여부는 전적으로 임용권자의 재량이다” 라고 판시함으로써 지난 20년간 400여명에 달하는 해직교수들을 양산해낸 저 악명 높은 1987년 6월 9일의 판례 86다카2622와 마찬가지로, “대학교원으로서 현저하게 부적법하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자를 도태 하고자 하는데 있어 부적격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그 재임명 내지는 재임용이 당연히 예정 된다”고 적시한, 1977년 9월의 재임용탈락 문제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인 판례 77다300의 해석과 전면 배치되는 법률해석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판례 86다카2622를 위시한 이후의 모든 판결은 ‘법률해석을 변경할 경우 법원조직법이 정한 전원합의체를 거쳐야 한다’는 법원조직법 제7조 1의 3을 무시한 위법적 판결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전원합의체를 거침이 없이 위법적으로 법률해석을 변경했으므로 1977년 9월의 판례 77다300은 죽은 판례가 아니라, 아직 살아있는 판례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판례는 죽은 것이 아니라 법원에 의해 고의적으로 은폐-방치되어 왔을 뿐이며, 이런 고의적 은폐-방치에 기초해 법원은 이후 지금까지 줄곧 위헌적-위법적 판결들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인권을 유린해온 그간의 잘못을 시정하고 법의 정의를 구현하는 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원이 저질은 원죄를 씻어 내겠다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재임용제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판결이었기 때문에 도리어 그간 법원이 고의적으로 은폐-방치해온 교수 재임용에 관한 첫 번째 판결인 판례 77다300을 다시 소생시키는 것이, 그리고 이에 기초하여 판례 86다카2622에 근거하여 지난 20년간 행한 판례들이 모두 위헌적-위법적 판결이므로 무효임을 선언하는 동시에, 현재 계류 중인 사립대 재임용 사건들에 대해서도 판례 77다300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나아가 교수 재임용제도의 위헌적-위법적 판례 적용으로 인해 그간 억울하게 고통 받아온 해직교수들을 비롯한 온 국민에게 사과하고, 그런 판례 적용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조치를 행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 점은 지난 3월 8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명의로 발표한 성명서 '사법부는 재임용법에 대한 부당해석과 사립대 교원들에 대한 차별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에서 강조된 바 있다. 작년 10월 6일에 있었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법사위 최재천 의원도 대법원이 더 이상 판례 77다300을 외면하지 말고 재임용관련 판결의 준거로 삼음으로써 사법부가 자신의 권위를 다시 세우는 데에 스스로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주장에 기초하여, 우리는 다시 한 번 대법원에 요구한다. 그간 은폐-방치해온 판례 77다300을 되살려라!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모든 합당한 조치들의 시행에 즉각 착수하라!

아울러, 우리는 법원에 대해 우리의 경고를 전하려고 한다.
법원이 스스로 자기정화의 길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우리의 인내도 이제 한계 선상에 다다르고 있다. 법원이 그런 자기정화의 길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법의 정의가 실현되길 바라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법원을 심판하는 일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6월 7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권실현 공대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새사회연대
전국교수노동조합
천주교인권위원회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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