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교수는 재임용, 사립학교는 왜 안돼?


사법부는 재임용법에 대한 부당해석과 사립대 교원들에 대한 차별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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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재임용법 부당해석과 사립대 교원차별의 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일시: 2006년 3월 8일(수) 오전 10시
장소: 대법원 정문

재임용 관련 구 사립학교법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이후 사립대 재임용 사건에 대한 첫 대법원 선고가 내일(3월 9일) 있을 예정이다. 이에 우리는 이전에 사법부가 재임용 관련 사립학교법 해석상에서 잘못을 저질러 왔고, 사립대교수들에 대해 차별적 판결을 해 온 사실을 지적하고, 신임 대법원장 하에서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이전의 사법부의 재임용에 대한 해석은 사법부가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반성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례인 인혁당 판례에 못지 않은 문제점을 지닌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은 재임용사건에 대한 최초의 판례인 77다300에서는 사립학교법 제 53조 2의 3의 취지를 “대학교원으로서 현저하게 부적법하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자를 도태 하고자 하는데 있어 부적격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그 재임명 내지는 재임용이 당연히 예정된다.”(대법원 1977. 9. 28)고 해석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1987년 6월 9일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86다카2622를 선고하였는데, 이 판결은 기존의 법률해석을 변경하려면 전원재판부를 거쳐야 한다는 법원조직법 제7조 1항의 3을 위배한 위법적인 판결이었다.

이후 법원은 위법적 판례인 86다카2622에 의거, "재임용 여부는 전적으로 임용권자의 재량”이라는 하나의 잣대만을 가지고 재임용 소송을 자동패소 판결로 대응해 왔다. (게다가 대법원은 대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진 77다300판결문에서 사립학교법 취지관련 판시사항2, 판결요지2 및 참조조문을 삭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위법행위를 은폐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재임용 탈락교수들은 이후 재판권을 박탈당하고, 지난 20년간 사학비리 등을 비판한 죄로 해직당한 근 400여명에 달하는 교수들이 대학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차단당했으며, (강의와 학문 연구를 게을리 하는 교수들을 도태시키고 우수한 교원을 확보, 대학 교육과 학문 연구의 수월성을 제고하자는 목적으로 제정된 사립학교법의 입법 취지와는 달리) 교수 기간임용제는 대학 내의 비리를 고발하고 대학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양심적인 교수들을 몰아내는 제도로 전락했다. 이는 법원이 오늘날의 교육황폐화 및 대학자정능력의 무력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부당 해직되었으나 법적인 구제수단조차 가지지 못했던 사립대 교수들의 줄기찬 헌법소원 끝에 마침내 전 아주대 윤병만 교수가 2003년 2월 27일 구 사립학교법 53조 2의 3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다.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이 법 조항과 관련하여 처음 세운 77다300판례를 무시하고, 판례86다카2622에 근거해 반 교육적 판결을 반복해온 위법행위에 첫 제동을 건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서울대 김민수교수 사건 (2004. 4. 22. 선고 2000두7735, 전원합의체)에서는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교수라고 하더라도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을 가진다”라며 재임용 거부처분을 행정처분으로 인정함으로써 국공립대학교 교수에 대한 이전의 판례(대법원 1997. 6. 27, 선고 96누4305)가 번복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립학교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은 김민수교수 사건에 대한 판결에 힘입어 국공립대 재임용 소송에서는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교 교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구 사립학교법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과 김민수 사건에서의 대법원 판례번복 취지 및 헌법의 교원 법정주의를 무시하고, 하급법원은 사립대 교수들의 재임용탈락 소송에서 부당하고 위법한 판결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계명대 사건(대구지법2005. 5. 24. 선고 2003가합5348), 성균관대 사건(서울중앙지법, 2005. 9. 21, 선고 2005가합17421) 등에서 "재임용은 학교자유재량"이라는 위헌법률해석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학교의 자유재량을 무제한 인정함으로써 부당 해직된 교수들에게 변함없이 패소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조차도 서울대 김민수교수 사건 계류 당시, 동일한 교수 재임용 사건인 사립대 교원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김민수 교수 사건과 차별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김민수교수 사건 기간(2000년 9월 19일 접수, 2004년 4월 22일 선고) 동안 전 계명대 한철순교수 사건은 2001년 6월 18일 접수되어 3개월 만인 2001년 9월 19일에, 전 경문대 이용구 교수 사건은 2002년 2월 25일 접수되어 2개월 만인 2002년 4월 24일에 각각 기각판결이 내려졌다.

이처럼 김민수교수 사건 이후에도 법원의 사립대 교원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법원의 부당한 차별이 사립대 교원 재임용 소송에 대한 하급법원의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법원이, 신임 대법원장이 주창하고 있다시피, “국민을 섬기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법원, 국민과 함께 하는 법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전에 저질러온 잘못을 반성하고, 그 반성의 기초 위에서 법의 정의를 다시 옳게 세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대법원은 교수 재임용제도의 불법 판례 적용 행위에 대해 그간 억울하게 고통 받아온 해직교수들을 비롯한 온 국민에게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그간 애써 무시해온, 교수 재임용에 관한 첫 번째 판결이자 재임용제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판결이었던 판례77다300을 다시 소생시켜, 지난 20년 동안 판례 86다카2622에 근거하여 행한 모든 판례들이 무효임을 선언해야 하며, 현재 계류 중인 사립대 재임용 사건들에 대해 판례77다300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인권 신장에 기여하지 못한 과거사 청산의 시급함을 인정하는 신임 대법원장 아래서 법원이 이제 자기정화 능력을 발휘해 그간의 잘못된 판결을 신속하게 시정하고, 법원이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다시 거듭나기를 우리는 간절히 희망한다.

2006년 3월8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