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리 주범, 대법원

박정희에게 똥개로 길들여진 대법원이 군부 정권 목줄에서 풀려나자 '반법치 死法독재' 작업에 착수했다.
그 작업의 일환이 사학연합과의 기획거래로 위법하게 법률해석변경에 의하여 만든 86다카2622.
학교 임명권자에게 교수들을 지꼴리대로 해고할 수 있도록 '생사여탈권'을 부여한 살인판례로서, 사학을 돈벌이 기업으로 만들고 학내분규가 끊이지 않게된 근원.

이 땅의 모든 교육비리의 근원은 바로 대법원이란 얘기다 => 석궁의거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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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명박

[ 특집 ] 2001년05월15일 제359호

학교가 니꺼야?

덕성여대, 한세대, 신정여상 등에서 벌어지는 비리사학재단과의 전쟁, 전쟁들

사진/ 덕성여대 학생들은 총장실 점거 당시 학교쪽이 동원한 외부 용역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농성장에서 회의중인 학번 대표들.(강창광 기자)

덕성여대 국문학과 졸업반인 이정득(24)씨는 학교에서 ‘맹장’으로 꼽힌다. 얼굴은 까맣게 타 있고 손에는 굳은 살이 박혀 있다. 여릿여릿한 몸피와는 달리 못 박고 나무 꼽아 농성천막 세우는 실력은 수준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씨는 재단과의 싸움이라면 이골이 났다. 96년에 입학한 이래 단 한번도 싸움없이 넘어간 해가 없었다.

3월29일 총장실 점거 당시 사다리를 타고 건물에 오르던 자신을 용역들이 잡아채는 순간, 이씨는 분노나 두려움보다는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너무 지긋지긋해서 콱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멀게는 10년 전 성낙돈 교수 재임용탈락 때부터 그렇게 많은 선배들, 교수들이 싸워왔는데 2001년에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 않습니까.”

비리 이사장의 복귀와 함께…

사진/ 한달 가까이 수업을 거부한 신정여상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재단비리 척결을 촉구하고 있다.(이용호 기자)

2001년 대한민국의 많은 사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들은 사학 구성원 개개인에게는 인생의 나침반을 돌려놓았다. 재단에 밉보여 재임용에 탈락하는 교수는 대책없이 해고를 당하는 것이고, 300만원 가까운 등록금을 내고도 수업을 제대로 못 듣는 학생들은 청춘을 낭비하는 셈이고, 그 등록금을 대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부모들은 두눈뜨고 돈을 떼먹히는 꼴이다. 그러나 사학비리의 내용과 주범들의 행각이 언론지상에 오르내리지만 정작 사학비리의 피해자인 이들의 사연은 잊혀지고 묻혀진다.

올해 덕성여대는 박원국 이사장의 복귀와 함께 다시 시끄러워졌다. 지난 97년 146건의 위법사항이 밝혀져 해임됐던 박원국 이사장은 이사장 승인취소가 부당하다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최종 승소했다. 교육부가 마지막 계고장을 보낸 뒤 법적기한인 15일을 기다리지 않고 8일 만에 해임했다는 ‘절차상의 하자’가 승소 배경이다. 절차문제로 법정논란이 벌어지는 사이 정작 해결해야 할 위법사항 시정조처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사장 복귀와 함께 재단과 사이가 나쁜 교수 5명이 일방적으로 재임용 탈락통보를 받고, 개강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전공수업 10과목은 대책없이 폐기됐다. 학생들은 학습권 침해라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재단은 물론 학교쪽에서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급기야 덕성여대 학생 5천여명 가운데 3700여명은 투표를 통해 수업거부를 결정하며 “박원국 이사장 퇴진, 관선이사 파견”을 수업복귀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부모의 강권으로 두 차례 휴학했던 것을 빼면 이정득씨는 벌써 6년째 학교를 다니는 셈이다. 대학에 첫발을 내딛던 96년만 해도 그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방학이면 한적한 시골에 가서 책을 몇권씩 읽겠다던 소박한 꿈은 한번도 현실의 빛을 쬐지 못했다. “만날 싸우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씨의 마음은 더욱 참담하다. 이씨는 “총장이 경찰과 용역을 동원해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도 모자라 학생들을 고발하고 공공연히 구속수사하겠다고 말하는 걸 보고는 학교에 대한 마지막 신뢰감마저 빼앗긴 느낌”이라고 털어놓는다. 청춘과 등록금을 쏟아부은 대학 생활이 그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일까.

경기도 군포시 한세대학교(전 순신대) 학생들은 덕성여대 학생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그나마 제도의 틀 안에서 싸움을 하면 좋겠다.” 한세대 학생들은 지난 4월 초부터 무원칙한 교수인사와 재정운영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총장실 점거농성과 무기한 수업거부에 들어간 상태이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공개모집 없이 교수를 뽑거나 그 반대로 공개모집을 해놓고도 교수를 뽑지 않았고, 무자격자 교수채용이나 교회관계자의 교수직 겸직 등도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학생들은 본관건물의 건축비 과다지급 의혹과 함께 등록금 유용 의혹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재단법인으로 한 한세대는 조용기 목사의 부인인 김성혜 부총장이 총장직무대행을 맡으며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 양복의 ‘용역’ 들이닥쳐


사진/ 덕성여대 졸업반인 이정득씨는 96년 입학한 뒤 단 한차례도 재단과의 싸움없이 넘어간 해가 없었다고 말한다.(강창광 기자)


한세대 총학생회장인 김동렬(신문방송학과 4년)씨는 지난해 박영근 교수 재임용탈락 사건을 계기로 비로소 학내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사학이 재단이사장의 사유물이라고 합시다. 구멍가게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자기 마음이겠죠. 하지만 학교가 무슨 돈으로 굴러갑니까. 등록금으로 굴러가잖아요. 학생은 그렇다면 최소한 ‘고객’으로서의 권리는 가져야지요.” 김씨는 “적어도 돈 낸 만큼은 내 권리를 찾고 싶다”며 “학교에서 학생을 대화상대로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열혈 총학생회장이 아니라도 한세대 학생들은 5월6일에 있었던 ‘사건’을 계기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날 밤 100여명의 신분을 알 수 없는 남자들이 본관 앞으로 몰려왔다. 최근 비서실장으로 부임한 남아무개씨가 부른 용역들이었다. 교수들이 달려오고 군포경찰서장까지 와서 설득한 끝에 이들은 새벽녘에 철수했다. 학교쪽에서는 학생들이 내다놓은 책걸상을 들여놓으려고 부른 잡역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가 부슬부슬 오는 주말 밤에 짧게 깎아 세운 머리를 하고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책걸상을 나르러 학교에 왔다는 말을 믿고 싶은 건 학교쪽밖에 없었다.

한세대 본관 농성장은 분규중인 다른 사학의 농성장과는 달리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5월10일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농성을 하는 순서였다. 늦깎이 대학생인 1학년 나아무개(44)씨도 운동복 차림으로 밤을 새우고 있었다.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가 그가 밝힌 농성 참가 이유였다. 뜻한 바 있어 뒤늦게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로 했다는 나씨는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도 안타깝지만 신앙인으로서의 고통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50여 중·고교와 대학 20여곳이 재단의 비리와 부패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사비리, 공금횡령 등 크고 작은 갈등으로 시달리는 학교는 부지기수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다. 학부모들은 돈고생, 마음고생이 겹친다. 5월3일 서울 광화문 교육부 앞. 전경들이 문을 굳게 지키는 정문 앞에서 몇명의 중년 여성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들은 덕성여대 사태해결을 위해 교육부 담당자 면담을 요청하고 벌써 세 시간째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들이었다.

둘째딸이 올해 경상학부에 입학했다는 김옥련씨.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그는 시간을 쪼개 학생들의 집회 현장에 나왔다. 수업거부 뒤 집에서만 뒹굴던 딸이 어느 날부터인가 “더이상 못참겠다”며 집회에 나서는 걸 보고 “신중한 애가 저 정도면 뭔가 크게 잘못돼도 잘못된 것 같다”고 여겼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보내오는 가정통신문에서 학교쪽이 무조건 일부 학생들과 교수들을 매도하는 것을 보고는 내막이라도 알자는 생각에 학부모 모임에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느리게, 너무 느리게 움직이는 교육청


사진/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씨가 부총장으로 있는 한세대도 학생총회를 거쳐 교육부 감사와 부총장 퇴진을 요구하며 수업거부에 들어갔다.(이정용 기자)


“대부분 점수 맞춰서 그 학교 왔을 텐데, 똑같은 등록금 내고 만날 데모만 해야 하는 애들이 안쓰럽죠. 부모 마음은 타들어가요. 애들이 틀린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뻔히 보이는 문제를 나몰라라 하는 교육당국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김씨는 “그 많은 가정통신문이며 집에 전화하는 비용도 따지고 보면 부모가 허리띠 졸라서 내준 등록금으로 쓰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학부모들이 겨냥하는 화살은 학교당국을 넘어서 교육부를 향하고 있다. 교육부가 평소 관리감독만 잘했어도 문제가 이렇게 확대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학사행정이 파행으로 치닫지 않는 한 교육당국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건 경험이 증명하는 사실이다. 재단비리 문제로 한달째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서울 화곡동 신정여상은 5월1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임시 감사팀이 나오면서 일단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따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11일 낮까지만 해도 교육청은 재단과 알아서 합의하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 말을 듣고 교육청 앞에서 시위중이던 1천여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격분해 정문을 밀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20여명의 학생들이 깔려 한 학생이 혼절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약속하며 다음날 임시팀을 학교에 보내기에 이르렀다.

교육부 감사에 앞서 5월10일 오전 신정여상 운동장에서 열린 집회는 끝났지만 이 학교 심혜숙 교사는 점심도 거른 채 재단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류에서 잠깐 눈을 뗀 심 교사는 “비리사실이 끝도 없어 대체 어디서 중단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땅투기는 물론이고 육성회비 전용, 불법차입과 탈세, 매점임대료 횡령에서 특기적성비를 빼돌리는 수법까지 써먹지 않은 게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신정여상을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 인권재단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신정여중에 다니는 딸이 어느 날 “ 언니들 데모한다”고 외치며 집으로 뛰어들어 올 때, 학부모 정아무개(41)씨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인권재단이 덩치를 키워온 과정은 이미 화곡동 일대에서 전설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정씨는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세운 사람들이 쉽게 권력을 내놓겠느냐”면서 “제발 애가 빨리 자라 공부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들만의 자유’에 질식하겠네

사학 관련 이해집단들은 지난 4월25일을 전후해 조선, 동아, 중앙 등 보수적 신문에 광고를 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원,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회원,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회원 등 일동명의로 실린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왜 이러십니까”라는 제목의 광고는 민주당이 내놓은 사립학교법을 비롯해 고등교육법, 초중등교육법안은 “교육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릴 악법 중의 악법”이라는 주장과 함께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방향으로 교육을 끌고 가려는 무서운 음모가 숨겨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그들만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그 자유 안에서는 부패와 폭력의 자유까지도 온전히 보장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등록금 내고 청춘을 바치는 이들이나 학문적 양심을 내건 이들의 자유는 용납할 수 없는 체제도전이다. 그들 말대로 학교는 사유재산일까?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