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본고사 수학문제 오류 '논란'

성균관대 채점교수 승진탈락 맞물려 눈길
선의 피해학생 발생 우려
(대학신문 1995, 11 27)


지난해 성균관 대 본고사에 출제된 수학문제가 잘못된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돼 대학 입시철 맞아 대학가는 물론 고교 수험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논란이 되고있는 수학문제는 이공계 대 수험생을 대상으로 출제된 수학 II 주관식 "공간벡터에 대한 증명문제"로 배점이 15점이나 돼 당락을 좌우하는 비중 있는 문제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이미 지난해 입시 때부터 논란이 됐던 것으로 대다수 대학 수학과 교수사이에서는 틀린 문제라는 판정이 압도적이다. 수학과 교수들은 이 문제에 제시된 조건을 만족하는 결론이 없으며, 해답이 동문서답 격이고(주: 당시 진학지에 게재된 모범답안), 수직이며 평행인 벡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포항공대 수학과 김 현광 교수는 '이 문제에서 제시된 조건을 만족시키는 벡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조건에서 영 벡터가 아닌 세 공간벡터 a, b, c 라고 제시했으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a 또는 b 벡터가 영 벡터로 나오기 때문에 애초에 틀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모범답안도 적절치 못한 논리를 끌어들여 설명하고 있다' 며 '수학자의 양심을 걸고 이 문제는 대학입시문제로 명확히 잘못됐다.'고 단정했다.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유희찬 교수도 '이 문제는 출제의도가 맞지 않을 뿐더러 문제 자체도 명백히 틀렸다'고 단정했다. 이밖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채점기준을 마음대로 조정했다 는데 있다'며 '채점에 있어 부분점수를 임의로 준 것도 큰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했다. (참조: 법원에 제출된 189명의 수학과 교수들의 의견서)

한편 부교수승진탈락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되고있는 이 대학 수학과 김명호 교수가 이미 채점당시 출제문제의 오류를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져 혹 징계나 승진탈락의 본래사유가 이 문제 때문이 아닌 가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채점위원 이었던 김 교수는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영점이나 만점으로 일괄처리하자고 주장, '증명 불가능한 문제를 증명하게 했으며, 채점과정에서 부분점수로 처리한 것은 잘못'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총장에게 보냈으나 학교측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해 왔다는 것. 김교수는 현재 부교수승진에서 탈락된 것 뿐 아니라 학내질서 문란, 타교수 비방등의 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 학교측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이상이 없는 문제이며 채점 과정에서 김명호 교수가 그런 문제제기를 한 적은 있으나 회의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참조: 성대 법정증언, 성대가 잘못을 인정했다고 보도한 한국일보)

그러나 곧 치러질 올 본고사를 바로 앞둔 상황에서 벌어진 이 같은 입시문제 오류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대학입시에서 선의의 피해를 입는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적지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