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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졸업한 죄로
5년 4개월동안의 집단 따돌림

포항공대에서 추방당한 한 여교수 이야기

백영순 기자
2003년 1월 23일 20:33

한국 이공계 최고의 학풍, 세계명문대학으로의 도약, '포항공대'에 대한 세인들의 평가다.

하지만 최근 이 대학에서 일어난 아주 엽기적인 사건은 이런 세간의 평가를 무색케 하고도 남을 정도. 교수 임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집단 이지메'와 이에 대한 총장의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지지와 동의.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전임강사 박선영교수. 몇몇 교수가 박교수를 집단 따돌림한 이유는 '덕성여대를 나왔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이에 논문을 가지고 온갖 트집을 잡고, 재임용탈락에 조교수 승진시험 거부 등의 집단적인 월권을 서슴치 않았다. 

현재 박교수는 2월 28일자까지 임기만료 통보를 받았다. 대학으로부터 추방을 당한 셈인데, 대학에서 공식발표한 박교수의 임기만료 사유는 '실적부족'. 하지만 박교수는 국제 및 국내 학술지 논문 게재를 비롯해 가입한 학회만도 5개가 넘는, 학계에서 인정받는 활동파 연구교수다.

한국최고의 대학이라고 자부하는 포항공대에서 한 여교수가 5년 4개월간 흘렸던 눈물과 속앓이를 세 차례의 전화통화를 통해 들었다.  
▲박선영 교수의 조교수 승진심사를 거부하겠다는 학부 인사위원회 교수들의 집단 결의서.'어떠한 상황과 어떤 조건으로든 승진심사를 하지 않겠다는 결의서로 박교수가 집단따돌림을 당했다는 증거 중 일부기도 하다. /

포항공대에는 언제 임용이 됐나요

학부를 졸업하고 대만 '국립사범대학'과 중국 '남경대학'을 거쳐 97년 8월 1일 포항공과대학 인문사회학부 전임강사로 공개채용이 됐습니다. 대학에서는 당시 중국어와 동양사를 동시에 맡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당시 제가 요건에 적합했던가 봅니다.

공채로 포항공대에 임용된 상황인데 임용당시 무슨 문제가 있었죠

부임 후 여러 교수님들을 통해 알게된 사실인데, 임용당시 일부 교수들이 제가 채용되는 것을 반대했다는 겁니다. 공개채용절차에 의한 서류심사, 공개강연, 최종면접까지 거쳐 제가 임용되는 것이 확정되자 모 여교수가 학부장을 찾아와 항의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 여교수는 제가 '덕성여대' 나왔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괜히 학위논문의 질을 문제삼았다고 하더군요. 당시 학부장은 논문의 질이 문제라면 공정한 평가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재평가를 했습니다. 하버드와 북경대학으로 논문을 보내 평가를 요청했는데 그곳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결국 전임강사로 채용이 된거죠. 하지만 당시 저의 임용을 반대했던 교수들의 태도는 임용된 후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임용된 후에도 왜 반대했던 교수님들의 태도에 변함이 없었을까요

▲재임용 탈락, 승진심사거부, 임기만료 등 박교수가 5년 4개월동안 겪어던 속앓이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임신 중 학부장 교수가 연구실을 찾아와 가했던 충격으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
이유는 그분들에게 직접 여쭈어 봐야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집단적 히스테리'로 밖에 설명이 안됩니다. 저의 임용을 반대했던 교수들은 나름대로 학내에 파워가 있는 분들입니다. 전 총장의 부인과 교원인사위원회 교수님의 부인, 정년이 70세로 보장된 교수님(포항공대 특수성에 따라 총장결심사항으로 특별채용된 교수들), 정년 70세 교수님의 부인 등등 입니다.

왜 그랬을까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말도 안 되는 ‘기득권의 아성 보호’라는 차원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은 포항공대 내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고 평생직장이 이미 보장된 사람들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찍어서 내버리는 거, 그렇게 해서 자기들의 세력을 구축하는 거죠. 교양있고 우아한 분들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하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집단적 히스테리’.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한국최고의 대학이라고 자부하는 곳에서 벌어졌다. 기자는 박교수가 임용될 당시 학부장이었고 인사위원장이기도 했던 교수와 연락을 시도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이 교수는 '편견에서 비롯된 싸움'이라고 말했다. "자기와 다른 학부에 대한 차별, 이로인한 집단적인 따돌림, 일종의 패거리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싸움은 상대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시작됩니다"

전임강사로 부임 후 반대했던 교수들의 불공정한 대우는 계속 있었나요

작고 큰 불공정 대우들이 끊임없이 있었어요. 임용 당시, 자기들이 반대했던 사람이 됐고 아마 마음에 계속 담아 두고 있었을 테죠. 임용된 후에 저하고는 상종을 하려고 하지 않았고 전임강사 1-2년 기간에 조교수 승진심사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승진심사 기준제시를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전임기간이 만료되는 3년이 되는 시점에서 승진심사는 하지도 않은 채 고의적인 재임용심사를 해 탈락시키더군요. 당시 인사위원들 대부분이 임용 당시 저를 반대했던 교수님들이셨죠. 이때부터 조교수 승진심사를 두고 저와 그 교수들 간의 지리한 싸움이 시작된 겁니다.

지리한 싸움의 전말을 우선 듣고 싶은데요.

워낙 오랜 기간의 일이라 연도별로 보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처음에 전임강사를 97년 8월부터 2000년 8월까지 3년을 받았습니다. 전임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승진심사를 요청했지만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재임용 탈락을 시키더군요. 대학교원인사위원회에 학부 인사행정의 하자를 들어 이의를 제기한 결과 2002년 8월 30일까지 재임용이 됐습니다. 인사규정상 전임은 재임용이 한차례만 인정되는터라 조교수 승진심사를 요청했습니다. 아니면 학교를 그만둬야하니까요.

조교수 승진요건을 구비하고 승진심사를 요청했는데 거부하더군요. 별 이유없이 거부를 하길래 학부장의 동의를 얻어 교수평의회 산하 고충처리위원회에 청원을 했습니다. 여기서도 불공정한 인사판정이 났고, 학부와 대학에 권고했지만 대학은 이를 묵살했습니다. 결국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호소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육부의 시정명령이 내려졌고 대학이 여기에 승복을 하더군요.

이로 인해 교원으로 지위를 확인 받았지만(2002년 2학기), 대학은 일방적으로 강의를 몰수했습니다. 같은해 6월 다시 조교수 승진심사를 요청, 학부에서는 또다시 이유없이 거부를 했습니다. 그러다 돌연 12월 12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요. 제가 서류를 완비해서 내자 학부장은 20일 승진추천 불가를 통보해왔습니다. 황당하더라구요. 교원인사규정에 의거해 서면이의신청을 냈는데 돌아온 것은 2003년 2월 28일까지 임기만료라는 추방 결정서였습니다. 지금도 헷갈리는데 재임용 탈락, 승진심사거부, 임기만료가 수차례 거듭된 일인 셈이죠.  

대학에서 번번히 조교수 승진심사자체를 거부했는데 대학측에서 제시한 거부이유는 합리적이었나요

▲. 중국현대사를 전공한 박교수는 유학시절 중국거주 한국인 정신대 할머니를 발굴해 국내외 외신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의 능통한 중국어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
특별한 이유가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든 저를 대학에서부터 추방시키려는 의도로 했다는 것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인데요.

학부 인사위원회는 제에게만 해당되는 인사규정을 수차례 제정하고 동의서명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인사권이 없는 학부교수회의까지 동원해 승진심사 불가를 결정했구요. 이 문제가 장기적으로 되면서 제가 교수 7단체에 청원을 해 대표들과 대학 측이 만났습니다. 만남 이후 저의 승진추천 불가사유가 논문편수 부족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과정을 알아보니, 학부에서 고의적으로 논문을 누락시켰더군요.

조교수 승진심사를 요청한 다른 교수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들에 대한 기준 적용도 동일했나요

 저와 동일한 직급(전임강사)에서 조교수로 승진하신 K, J교수의 경우 논문 1-2편으로 승진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현재 대학에서 임의적으로 산정하고 싶지 않은 모든 연구 업적을 제외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인증받는 국제 학술지와 학술진흥재단이 인증하는 전국학술지에 실린 논문만 6편이고 거기에는 번역서도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포항공대의 교원승진원칙이 형평성 있고 공정했다고는 보여 지지 않습니다. 2000년 <교수평의회 진상조사 종합보고서> 중 승진과 관련된 부분을 보게 되면, '전 총장과의 친분관계' '규정의 임의해석' '심사 기준 부재' 등이 보고서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무원칙한 인사행정에 대해 교수평의회에서 지적을 했다는 거죠.

그렇다면, 기자는 대학에서 주장하는 승진심사 거부이유가 궁금했다. 대학측은 문제가 불거지자 올 1월 3일 총장직무대행 명의로 입장을 밝혔다. 대학 측은 '박교수 건은 대학의 제 규정과 절치에 따라 공정하고 적법하게 처리됐다'며 또한 '개교시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교원승진원칙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와 통화를 했던 교무처장은 "실적부족"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승진심사를 거부했다는 등의 박교수의 주장에 대해 "적법하게 진행된 일이다"며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아무말 없이 나갔다"고 답했다. 

이쯤되다보니, 기자는 박교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 그가 가입돼 있는 학회 중 하나인 '중국사학회'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전 학회장인 이병주(전 영남대교수)교수는 박교수에 대해 "연구논문활동은 전임강사라는 지위를 훨씬 뛰어넘는다"면서 "미래가 촉망되는 한국역사학자"라고 극찬했다.

실제, 박교수의 연구업적을 살펴보니, 엄청났다. 학교에서 임의로 산정하지 않은 논문2편(해외1편, 국내1편)과 저서1권(해외출판)을 제외하고도 국제 및 국내학회지 논문 6편, 서평 및 연구동향이 5편, 연구보고서 2권, 번역서 1권이 있었고, 국제학술회의 발표논문이 4회, 국내학술회의는 7회, 학술토론 12회, 학술강연 7회 등이다.

특별한 이유없이 승진심사거부를 당했다면 처음에 박교수가 말한 '집단적인 히스테리'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겠는데 교수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했다는 증거가 있나요

결의서가 한 장 발견이 됐습니다. 『'박선영 전임강사의 조교수 승진 심사 기준과 방법' 서명거부에 대한 인문사회학부 인사위원회 결의』라는 제목의 글인데 재임용 심사 후(2000년 11월)에 작성됐습니다. 이 글의 핵심적인 내용은 '어떤 상황과 어떤 조건으로든 박선영 전임강사에 대한 조교수 승진심사는 하지 않는 다는 결의다'는 문구입니다. 제가 자신들이 만든 인사규정에 대한 서명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내가 오히려 그르쳤다는 식으로 씌여져 있었습니다.

한 교수의 승진심사를 거부하기 위해 학부인사위원회 5명의 교수가 서명을 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그렇죠. 이러한 결의서는 당시 교수평회의회 산하 고충처리위원회서도 확인을 하고 시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위원회는 학부외 인사를 포함한 확대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한 인사심사를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학부에서 거부해 다시 대학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권고했지만 이 또한 거부했습니다.

기자는 당시 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모 교수를 찾아 확대 인사위원회 구성을 권고하게 된 연유를 들었다. "박교수의 재임용탈락의 사유가 합당하지 않더라구요. 연구실적도 좋았는데, 문제는 학부인사위원들과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특히나 인사위원들이 사인한 '결의서'를 확인한 뒤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없겠다고 생각했고, 확대 인사위원회 구성을 권고하게 된 거죠"
▲포항공과대학교 전경. / 포항공대 홈페이지

사실, 관계에서 오는 이러한 승진심사거부 자체가 학부에서는 통용되겠지만 최종 임면권자인 이사장이나 총장 승인을 거쳐야한다고 보여지는데요.

(현재, 포항공대는 6개월간 총장공석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와 대학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그 전까지 포항공대는 통상 이사장에게 주어지는 인사권이 총장에게 있었습니다. 총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거죠. 저는 같은 문제가 거듭 되풀이 되자 가급적 합리적인 라인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지만 번번히 부딪혔습니다. 교수평의회 고충처리위원회,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대학의 불공정한 인사처리를 지적했고 저의 손을 들어줬지만 결국 대학에서 막히더라구요. 

사실 조교수 승진 심사거부라는 이해가지 않는 일이 벌어진데는 총장의 적극적인 동의가 있었고 그래서 가능했다고 봅니다. 우스운 일이지만 97년 임용당시 저를 반대했던 한명의 교수가 총장의 부인이었다는 사실. 무언의 압력이 들어갔는지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적인 부당인사인지...(웃음)

지난한 싸움의 과정에서 신변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임신중이었어요. 한번은 학부장이 저를 찾아와 서류를 집어던지면서 '조용히 살지 않고 왜 나대냐'고 고함을 치더라구요. 순간 놀랐죠. 다른게 아니고 학생들 강의할때 필요하겠다 싶어 비디오 구입을 도서관에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구입시기가 좀 지나 학부장의 도장이 필요해 연락이 온 모양이더라구요. 

이것도 그런데 저의 인사문제가 교수평의회에서 논의되면서 자신이 욕을 먹었던지 제에게 사과문을 쓰라고 강요해요. 만삭이 된 임산부 앞에서 책과 책상을 치는 등 폭력을 휘두르며 한동안 소란을 피웠습니다. 의료진까지 달려오고 그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해산한 뒤 몸조리를 해야하는데 병원만 들락날락거렸죠. 몸은 여전히 아픕니다.   

이제 어떠한 대응을 할 것입니까

학내에서 합리적으로 문제가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이제 법적대응을 준비중입니다. 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보여지는 데요. 특히나 포항공대의 기존의 이미지를 본다면.

상당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상황이야 어쨌든 포항공대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특별한 대학아닙니까. 그런데 이 문제가 사회여론화되면 학교 이미지에 타격이 갈 것 같아서...하지만 결단을 내린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 덕성여대 졸업한 제가 포항공대에 재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타 대학과 달리 포항공대의 실력위주, 투명한 임용심사과정이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고 임용 당시 봤던 투명한 시스템은 온데간데 없더라구요. 이 대학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까하는 의구심, 지금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포항공대는 '6개월 총장공석'이라는 최대의 위기입니다. 제가 당했던 임용과정상의 문제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우리 대학이 철저한 내부개혁을 통해 다시한번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제가 교수단체에 청원하고 사회문제화 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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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의견 38개가 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유학을 가는거다..
    흠 (2월 5일)
    hm님.
    쩝 (2월 1일)
    가능하다면 우수하다고 평가해주었다는 평가서 좀 올려줘 보시죠.
    궁금이 (1월 30일)
    gene님께
    hm (1월 30일)
    좀더 자세히 알아보신 후 기사를 쓰시지...쩝...
    Gene (1월 29일)
    독자투표
    ★★★☆ 3.7 (81명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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