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수·경범죄도 막무가내 ‘DNA 강제채취’ 헌법소원
‘석궁사건’ 김명호 전 교수
수감자 인권지킴이 나서
3달간 형 확정전 3829명
절도·폭력 등 다수 채취
한겨레 2011.2.11 임지선 기자기자블로그
»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지난달 20일 오후 5시, 서울 구로구 영등포교도소에 있는 독방 문이 열렸다. 독방에는 자신의 사건을 맡았던 판사를 석궁으로 쏜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있었다.

김 전 교수는 10일 “독방에 들어온 교도관들이 팔과 다리, 머리를 붙잡고 내 머리카락 10여개를 뽑아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교도관들이 김 전 교수의 머리카락을 뽑은 것은 디엔에이(DNA) 채취를 위한 것으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법)이 소급 적용돼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나흘 뒤 김 전 교수는 만기출소했다.

김 전 교수가 10일 박훈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헌법재판소에 ‘디엔에이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존엄권 등을 침해한다는 게 그 이유로, 법 제정 때부터 위헌 논란이 불거졌던 디엔에이법에 대한 헌법소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엔에이법은 아동·청소년 성폭력이나 살인, 강간, 강도 등 강력범죄뿐 아니라 절도나 방화, 약취·유인,폭력 등 총 11가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소년범이나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디엔에이도 채취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받아 채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이미 17대 국회에서 위헌 소지 때문에 한 차례 폐기된 적이 있지만, 18대 국회에서는 아동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한 사회의 공분을 등에 업고 별다른 논란 없이 통과됐다. 당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법안을) 한번만 읽어봐도 위헌이 틀림없는 악법이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박훈 변호사는 이날 헌재에 낸 헌법소원심판청구서(*아래 스캔)에서 “디엔에이법은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권과 제11조 제1항 평등권, 제12조 제1항 신체의 자유권, 제13조 형벌불소급 원칙, 제17조 사생활비밀 및 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디엔에이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경찰이 디엔에이를 추출한 ‘형이 확정되지 않은 구속 피의자’를 확인해 보니, 그 수가 3829명에 달했다. 이들 중 살인 혐의 피의자는 271명이었고 강간·추행 혐의 피의자는 284명인 반면, 강도·절도 혐의 피의자는 1144명이고 폭력 혐의 피의자도 412명이나 됐다.

박 변호사는 “절도나 폭력 등 경범죄까지 정보수집 대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디엔에이법의 목적이 광범위한 디엔에이 수집에 불과하다는 게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교수도 “교소도 안에서 몇년씩 복역중이던 수형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디엔에이 채취를 당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모멸감 때문이 아니라 수형자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이 법률이 위헌이라는 점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의 장여경 활동가는 “그동안 디엔에이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해왔지만 워낙 폐쇄적인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사례를 찾기가 힘들었다”며 “최근 사례를 모아 헌법소원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임지선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김봉규 기자 [email protected]

 

10일 오전 11시께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수척한 모습이었다. 지난 1월24일 ‘석궁 사건’으로 4년간의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만기출소한 지 보름 남짓, 김 전 교수는 “교도소에서 안걸리던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소 4일 전 강제로 디엔에이 채취를 당한 뒤 입맛을 잃었다는 그는 이날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법률(디엔에이법)’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얼굴이 많이 수척하다.

=1월20일에 교도관들이 독방에 들이닥쳐 강제로 머리카락을 뽑아갔다. 이후 입맛을 잃어 거의 밥을 먹지 않았다. 출소 뒤에는 교도소에서 안 걸리던 감기에 걸렸다.

-1월20일 디엔에이 채취 과정을 말해달라.

=오후 5시께 내가 지내던 독방 문이 열렸다. 문 밖에 교도관 10명 정도가 서있더라. 영장을 보여주며 디엔에이 채취를 할테니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거부하자 4명의 교도관이 방 안으로 들어와 두 명은 내 양 팔을 잡고 한 명은 내 다리를 잡아 주저앉힌 뒤 다른 한 명이 머리를 잡고 머리카락 10여 개를 뽑았다. 발버둥치며 소리를 질렀지만 교도관들은 머리카락을 다 뽑은 뒤에 놔줬다. 맥이 빠져 바닥이 쓰러진 채 한 시간 가까이 있었다. 소리를 질러서인지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났다.(자세한 설명 => 위법한 DNA 채취 폭력)

-이날 디엔에이 채취 시도가 처음이었나.

=아니다. 1월11일에 교도관이 디엔에이 채취와 관련해 서류 한장을 들고와 ‘동의·부동의’ 여부를 표시하라고 했다. ‘부동의’에 체크하자 “영장을 들고 오겠다”고 했다. 내가 워낙 말을 안들으니 다른 수형자들 다 하고 맨 나중에 하는 거라는 말도 했다. 1월19일에 교도관들이 고충처리반으로 가자고 해 갔더니 교도관 10명 정도가 영장을 내보이며 디엔에이 체취를 위해 입 안을 면봉으로 긁으려 하더라. 입을 다물고 저항하자 “머리카락을 뽑는 내용으로 영장을 다시 받아오겠다”고 했고 다음날 독방에서 머리카락을 뽑은 것이다.

소명도 없는 영장을 두 번씩 청구하고 발부한 강세현 검사와 남기주 판사 쓰레기

-머리카락을 뽑히는 순간 어떤 기분이었나.

=이건 개인적인 모멸감의 문제가 아니다. 수형자 전체의 인권 문제다. 머리카락을 뽑히는 일이 육체적인 면에서는 별 일 아닐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야금야금 확대된다면 모두에게 소급 적용되는 것은 금방이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교도소 안에 디엔에이 채취 실태는 어떤가.

=교도관이 내게 “당신 빼고 다했다”고 말했다. 내가 조목조목 따지니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한다고 했다. 교도소 수형자 절반 정도는 디엔에이 채취가 끝났다. 내가 물어본 이들은 모두 채취를 당했다고 말했다. 다들 디엔에이법이 소급 적용된 케이스들이다. 정작 본인들은 소급 적용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어떤 이는 전자발찌도 소급적용됐다.

-교도소에 수감된 4년간 감옥 안 인권침해에 문제제기를 많이 했다.

=4년동안 성동구치소, 서울구치소, 의정부교도소, 원주교도소, 춘천교도소, 영등포교도소를 겪었다. 계속 이감됐고 그때마다 수많은 문제를 목격했다. 교도소 내 서신 검열 문제, 열악한 환경 문제 등을 제기했다. 억울한일을 겪은 수형자들이 고소장을 쓸 수 있게 도왔는데 그때마다 교도소 쪽이 운동시간 등을 바꿔 나를 수형자들로부터 격리했다.

-출소한 지금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성균관대 본고사의 수학문제 오류 문제를 지적한 1995년이나 석궁을 사들고 잘못된 판결을 내린 판사를 찾아갔던 2007년이나 똑같다. 욕심 안부리고 깨끗한 사람이 최소한 살아갈 수는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법원이 바뀌어야 하고 재범자만 양산하는 교도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헌법을 위반하는 법률, 법대로 하지않는 사법부를 바로잡고 싶다.

임지선 기자 [email protected]

  • 감옥 생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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