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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김명호, 10년 맺힌 한 풀릴까
‘성대입시부정’, ‘대법원 부패’ 고발하며 9개월째 1인 시위
유영주 기자 yyjoo.net
[ 1 ] 수학자 9개월 째 1인 시위

9개월 째 대법원과 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명호 교수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 123조 직권남용으로 고발된 판사들

이광범(사법정책실장)
이상훈(서울고법 형사5부)
이혁우(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8부)
홍성무(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외롭고 끈질긴 한 연구자의 싸움, 이 싸움의 끝은 어디인가. 9개월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해직교수 김명호. 그런데 1인시위 때 걸치고 있는 몸자보에는 해직과 관련한 내용은 없고, 그 대신 재판관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슨 일일까. 몸자보만 봐서는 무슨 사연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얼핏 무모하다는 느낌마저 준다. 재판관이라면 우리 사회 최고 권위를 갖는 집단인데...

김명호 교수는 2005년 8월 1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9월 28일부터는 대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장기간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대법원 앞에서는 매일 오전 8시 15분부터 1시간씩, 서울지방법원 앞에서는 매일 오전 11시 15분부터 1시간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 하고 있다.

몸자보에는 “양승태! 위헌 위법적 판결로 양심교수 죽이는 게 대법관이 할 일이냐?” “성대출신 이혁우 판사는 눈 뜬 장님인가? 성대입시부정 눈감은 건가?” “양승태 대법관 국민의 심판 하에 공개법리 논쟁 제안한다”라는 구호도 있었다고 한다. 적시에 적절한 구호로 바꾸며 판사들을 압박해 엉터리 판결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이다. 작년 12월 말부터는 1인시위 일지를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있다.

“1인시위 일지를 12월 말 경부터 쓰기 시작했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들 중 기막힌 사연의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1인 시위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보면, 위조 위증 같은 건이 많은데, 판사들이 위조 위증에 대해 관대한 처분하는데 기인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맞는 말이다. 운이 없어 걸리면 벌금 200만 원 정도 내면 되니까 돈 있는 사람들이 그걸 왜 안 하겠는가. 돈 주고 사람을 사서라도 위증을 시킨다. 그에 따른 피해자들이 억울해서 1인시위를 한다. 법정에서 위증한다고 따져봤자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 법정 내 모든 기록을 녹음하든가 하는 게 의무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아마 우리 나라 재판 1/3은 없어질 것이다.”

김명호 교수는 1인시위에 나서는 사람들과 이야기나누면서 법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자신의 재판도 재판부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에 의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김명호 교수는 지난 4월 17일 재판관들을 상대로 ‘2006 형제24637 사건에 대한 맞고소 및 국제적 망신, 성대입시부정은폐 방조하는 판사들 고소(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라는 제목의 고소장을 냈다.


“고소인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망신을 시키고, 작금의 만연된 시험부정들을 조장토록 한, 사상 최대 입시부정사건, 95년도 성대입시부정사건의 진상을 밝힘으로써, 첫째, 공공의 이익과 사회정의를 세우고, 둘째, 개인적으로는 성대에 복직 등의 행복추구권리(헌법 제10조)를 행사하고자 합니다. 위 행복 추구를 위한 수단인,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 (헌법 제27조의 제3항)가, 피고소인들의 교묘한 집단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인하여, 침해 당하고 있기에 고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고소 사유다. 김명호 교수의 고소장에 따르면, 전금식 대법원 경비대장과 김영수 경비담당 책임자는 1인 시위 방해에 따른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들어, 이혁우 판사는 김명호 교수가 제시한 핵심증거에 대한 고의성 판단 유탈과 재판지연 방조 등을 들어, 이상훈 판사는 성균관대학의 재판지연 방조, 원고인(김명호 교수)의 재판 진행 요청 묵살, 7차례 진정 요청 묵살 등을 들어, 홍성무 판사는 재배당에서의 직권남용으로, 이광범 사법정책실장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들었다. 김명호 교수는 이와 관련한 증거자료 23종을 첨부하여 제출했다.

이광범 대법원 행정처 사법정책실장은 김명호 교수의 고소와 관련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2심 판결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재판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다른 사건을 처리하는 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따라서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이라는 김명호 교수의 지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명호 교수는 “자신의 친형, 이상훈 판사의 직무유기를 감싸는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이광범 사법정책실장이 이상훈 판사의 동생인 점이 어떤 식으로든 작용했으리라는 지적이다.

“작년 10월 18일 접수된 사건인데, 형사5부로 옮기기 전 까지 4개월 동안 재판을 진행하지 않은 것이 직무유기가 아니면 뭔가? 당사자 간에 서면 공방이 있었다면, 민사소송법 제 199조(종국 판결 선고기간)의 5개월 선고기간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 성대 측은 4개월 동안 변호사 선임도 하지 않고 아무런 서면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나는 재판부에 7-10차례 재판 진행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상훈 판사의 행동이 어떻게 문제가 없다는 건가. 또 다른 교수 재임용 사건(서울 고법 2005나108027 2005. 12. 16. 접수, 선고 2006. 4. 28)과 비교해 보더라도 이상훈 판사의 직무유기, 직권남용은 명백하다. 과연 이상훈 판사처럼 비정상적으로 직무수행한 판사가 또 있겠는가?”

김명호 교수는 5월 12일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받아놓고 있는 상태다.


[ 2 ] 1995년, 악몽같은 '학문적 양심'

사건의 발단은 무엇이었을까. 시점은 1995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95학년도 성균관대 본고사 수학과목 채점위원이었던 김명호 교수는 채점도중 ‘수학Ⅱ 7번’(‘공간 벡터에 대한 증명’) 문제의 오류를 발견했다. 김명호 교수는 당시 출제위원이었던 이 모, 채 모 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1월 20일 장을병 성균관대 총장에게 보고했다.

김명호 교수는 당시 100점 만점 중 15점으로 비중이 큰 수학Ⅱ 7번 문항이 수학적으로 가정에 문제가 있다며 수험생 전체에게 동일점수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를 출제한 이모 교수와 학교 측은 오류 여부 논쟁으로 채점을 미룰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모범답안을 일부 수정, 부분점수를 주는 선에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호 교수는 여기서 학문적 양심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바로잡혀야 한다. 작년 작고한 요한 바오로 2세가 수백 년이 지난 갈릴레이 종교재판도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몇 백 년 된 것도 바로 잡는 마당에, 10년 밖에 안 된 건데... 96년 소송중 재판부가 대한수학회에 논란이 된 시험 문제 오류에 관하여 사실 조회를 했다. 그 때 대한수학회는 ‘답을 할 수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 수학계는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1995년 1월 27일,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김명호 교수가 예정된 부교수 승진에서 탈락했고, 6개월 뒤 두 번째 승진 심사에서도 탈락하고 말았다. 탈락 사유를 납득하기 어려웠던 김명호 교수는 결국 승진심사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지법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6년 2월, 교수재임용에서도 탈락하고 만다.

서울고법 민사11부는(양승태 부장판사, 현 대법관) 1997년 김명호 교수의 ‘부교수 지위확인’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학교 측이 교칙에 따라 재임용 심사를 했다는 입장이었다. 김명호 교수는 당시 민사11부의 결정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김명호 교수는 “당시 “87년 위법판례 적용으로 ‘승진임용은 학교재량’이라는 잣대로 판결한 것이다. 연구실적 심사 부당여부에 대한 사실 심리도 없었고 무조건 학교재량이라고만 했다”며 판결의 불합리성을 항변했다.

성균관대학 측은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 결과 김명호 교수가 제출한 논문들이 부적격 평가를 받았고, 직무태만과 동료 교수를 비방하는 등 교수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재임용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라며 “재임용 거부 결정은 대학당국에 주어진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대 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1995년 9월 27일자 ‘징계사유 설명서’에서 지적한 ’해교행위 중, 입학시험 채점업무시 배타적인 태도로 혼란 야기’ 등은 김명호 교수에 대한 학교측의 보복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계승혁 서울대 수학과 교수 등 전국 44개 대학 수학교수 189명이 연명으로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김명호 교수의 승진 및 재임용 탈락은 성대 입시출제오류지적에 대한 보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재판부와 학교 당국의 결정으로 국내에서 설 자리를 잃은 김명호 교수는 1996년 말 이민을 택했고, 뉴질랜드를 향했다. 학문적 양심을 지킨다는 것이 승진에서 밀려나고 재임용 탈락으로 이어지고 다시 법원 판결에서조차 패소하기에 이르자 충격에서 헤어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김명호 교수는 오클랜드대학 수학과의 무보수 연구교수직을 지내다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연구교수직을 맡았다. 역시 무보수직이었다. 그 후 대학과 회사를 오가며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연구 성과를 내더라도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곤 했다. 역시 성대 사건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라는 것을 절감했다.

“연구할 수 있는 직장, 교수(information science) 또는 회사의 연구직을(bioinformatics) 찾아나섰다. 그 분야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좋은 논문을 써야 한다고 마음먹었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흥미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독창적인 논문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그럴 때 마다, 조직의 책임자는 연구결과를 독차지하려고 했다. 나의 처지가 한국에서 버림받았다는 사실과 불안한 이민자 신분을 적절하게 이용했다. 성대 사건이 사이언스, 매스인텔리전서에 출판되어 세계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약 5년간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고도 자리잡는 데 실패한 원인은 결국 성대 문제였다. 성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굴욕적인 노예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결국 인간다운 여생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3 ] 10년의 설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다

김명호 교수는 2005년 3월 국내로 돌아왔다. 우편으로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의 재임용 거 처분 취소 청구를 접수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교수지위확인 나홀로 소송을 접수했다. 김명호 교수는 소송을 접수한 이유를 두 가지로 압축해서 말했다.

“두 가지인데, 성대 입시부정 사건을 제대로 처리 못하고 얼렁뚱땅 넘어간 것은 간과할 수 없다. 지금도 입시부정, 시험부정이 수시로 도마에 오르지 않는가. 95년 성대 입시부정으로 당시 수백 명의 합격자가 바뀌었을 것이다. 성대 전체가 잘못한 건데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나쁜 일도 집단으로 벌이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유포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의 부패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 연관해서 볼 때 사법부는 양심적인 교수를 축출하고 사학재단과 로비 관계를 갖는 의혹을 불렀다. 대학에서 양심적인 교수를 축출함으로써, 대학의 자체 정화능력을 없앤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성대 입시시험 부정을 지적한 내가 ‘재임용은 학교 자유 재량’이라는 대법원의 위법 판례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정직한 문제제기가 해고로 이어지다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니고 뭐겠는가”

77년 판례 내용으로, 대법원 홈페이지에는 판시사항과 판결요지 일부가 삭제되어 있다.

김명호 교수는 자신 뿐 아니라 대학의 양심적인 교수들이 어떻게 축출되었는 지를 이야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윽고 2005년 8월에는 지난 ‘20년간 양심적인 교수들을 대학에서 축출한 대법원의 재임용법 해석의 문제점’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하기까지 했다. 당시까지 나온 판례를 분석한 이 소책자에는 지난 21년간 대법원의 재임용 판결의 문제점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대법원이 교수의 임용을 ‘임용권자의 자유재량행위’라고 해석한 데 대해, 대학이 양심적인 교수들을 몰아내는 법적 수단으로 사용해왔다는 주장이다.

민주화운동이 전국을 강타했던 1987년, 대법원은 재임용 소송에 대해 “대학교수의 임기 만료는 당연 퇴직이며, 임용은 학교의 자유재량행위”라며 판결을 내렸고, 이 판례는 지금까지 ‘재임용 소송 = 자동패소’라는 등식을 성립하는 근거가 되었다. ‘재임용제’ 취지를 반영한 77년 판례를 세운 대법원이 10년 뒤에 법원조직법을 위반하며 ‘재임용은 학교의 자유재량’이라는 87년 판례를 만들어, 지난 20년 동안 87년 판례만을 인용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77년 판결이 합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명호 교수 역시 이 ‘자유재량행위’의 최대의 피해자중 한 명인 셈이다. 김명호 교수는 그 위법판례로 인해 400여 명의 해직교수들이 ‘재임용소송은 학교재량’이라는 자동패소 공식에 의해 재판다운 재판도 받지 못한 채 학교로부터 축출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사건이 다르다며 판례변경 사안이 아니라는 등, 동문서답식 변명을 하고 있지만, 법률해석 변경은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의 3에 의해 전원합의체를 반드시 거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법원조직법이 정한 전원합의체에 의하지 않고 사립학교법 해석을 변경한 87년 판결은 위법한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77년 판례의 사립학교법 해석 관련 판시사항2, 판결요지2, 참조조문들이 삭제되어 있다.

이와 관련 사립학교법 해석 관련 77년 판례를 은폐해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광범 사법정책실장은 “판례는 법원도서관에서 관리하는 사항으로 사법정책실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권을 위한 공대위’는 지난 3월 8일 성명을 내고 “그러기 위해 대법원은 교수 재임용제도의 불법 판례 적용 행위에 대해 그간 억울하게 고통 받아온 해직교수들을 비롯한 온 국민에게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그간 애써 무시해온, 교수 재임용에 관한 첫 번째 판결이자 재임용제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판결이었던 판례77다300을 다시 소생시켜, 지난 20년 동안 판례 86다카2622에 근거하여 행한 모든 판례들이 무효임을 선언해야 하며, 현재 계류 중인 사립대 재임용 사건들에 대해 판례77다300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윽고 9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23부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성대의 논문 평가가 절차적 실체적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10년 동안 성대가 주장해왔던 연구실적 시비가 결정난 셈이다. 그러나 민사 제23부는 학생들에 대한 학점 부여가 자의적이어서 교육자적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김명호 교수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명호 교수는 10년이나 지났지만 기대했던 판결이 나오지 않은데 다시 낙심했다. 교수학술단체들은 11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판결을 ‘범죄적 판결’이라고 규정했고, 최재천 법사위 열린우리당 의원도 판결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국정감사 질의서를 낸 바 있다.

11월 2일 교수학술단체의 기자회견 장면

김명호 교수는 이 판결에 불복, 다음 달인 10월 18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그런데 김명호 교수는 항소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이 정당한 사유없이 재판을 지연한 것이다. 이를 지켜보던 김명호 교수는 더 이상 미뤄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지난 4월 17일 관련 판사들을 직무유기 등의 사유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민사소송법 199조에 따르면 5개월 이내에 선고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예정대로라면 3월에 선고를 내려야 했으나 법원은 정당한 사유없이 기일을 지키지 않았고 따라서 형법 제 122조(직무유기) 123조(직권남용)의 공무원 처벌규정이 적용된다는 게 김명호 교수의 주장이다.

김명호 교수는 재판부가 시간을 끌며 재판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피고 측(성균관대)에게 불리한 증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김명호 교수의 증거물에 대해 재판부가 고의로 판단 유탈을 했거나 재판 지연을 함으로써 피고 측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명호 교수는 판단 유탈 내용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가) 해교행위 항목 중 ‘입학시험 채점 업무시 배타적인 태도로 혼란 야기’라는 징계청원사유가 있고, (나) 전국 44개 189명의 수학과 교수들이 잘못되었다고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대 수학교수 일동은 수학 문제가 틀리지 않았다고 위증하였고, ‘잘못이 없는 문제를 큰 잘못이 있는 것처럼 외부에 유포하는 사항은 학교를 곤경에 처하게 하려는 의도이고 해교행위라 생각되며 학교당국도 이에 단호히 대처한(정직 3개월) 바 있습니다’고 한 점, (다) 수학과 김미경 교수도 입시문제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징계요구의 결정적인 원인이 입시출제오류 지적임을 시인했다. 승진 및 재임용 탈락이 성대입시출제오류지적에 대한 보복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냈는데 판단도 하지 않고 시간만 지연하고 있는 것이다.”


[ 4 ] "정당하게 재판하라"

이처럼 재판부가 정당한 사유없이 재판을 미루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던 김명호 교수는 2월 8일, 23일 등 약 10 차례에 걸쳐 진정서를 내고, 3월 22일에는 양승태 대법관에게 공개 법리논쟁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항변에 나섰다.

“2월 8일 진정은 당시 행정소송 중이었는데 권순일 판사는 2월 13일자 발령을 받았는데 2월 9일자 재판을 연기했다. 연기하는 사유가 뭔가, 재판을 하고 가면 되지 않느냐는 진정 내용이었다. 2월 23일 건은 판사 네 명에 대한 것이다. 피고 성대 측이 아무런 대응도 없는데도 서울고법 담당 재판장인 이상훈 판사가 재판 진행을 안 하기에 대법원 인사과에 진정서를 낸 것이다. 그런데 당시 이광범 판사가 인사실장이었는데, 이상훈 판사가 친형이라서 그런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이상훈 판사는 4개월 동안 재판 진행 하나도 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고 사건은 재배당 대상이 되었다. 그때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들을 조사해 보았더니 29명 중 1명이 성균관대 출신 부장이 있어, 그 재판부로 재배당 될까 하는 우려를 담은 진정서를 냈다. 그런데 2월 27일 우려했던 성대출신 부장판사의 26부로 재배당 되었다. 내 사건은 '노동'으로 분류되고, 26부는 '건설' 전문 재판부인데도 그렇게 배정되었다.”

김명호 교수는 다음날인 2월 28일 “서울 고법 민사부에는, 증설된 5개부(부활 2, 신설3)를 포함하여, 총 29부가 있다. 그 29개부 중, 민사 26부의 강영호 판사 만이 유일한 성대출신 부장 판사이다. 그런데, 민사 제26부의 전문 분야인 건설도 아닌, 신청인의 노동사건을 26부에 배당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인가”라는 내용의 법관 기피 신청을 내기도 했다.

김명호 교수는 자신의 재판을 성균관대 출신의 판사가 연이어 맡은 것에 강한 의혹을 품었다. 성대 측과 모종의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성대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이재원 변호사 역시 성대 출신이다. 더욱이 이재원 변호사는 법무법인 일신 소속으로 1심 판결을 내린 성대 출신 이혁우 판사와 변호사 시절 잠시나마 함께 몸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혁우 판사의 민사 제23부도 노동 전문이 아닌, 건설 전문으로 밝혀졌다.

이재원 변호사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성대 사건에 대해 “사실 관계가 많이 알려져 있고 항소심도 곧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고, “피고(성대) 측 변호사로서 법률적으로 다루고 있고 법원에서도 순전히 법률적으로 다뤄질 문제라고 본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재원 변호사는 또 “주장이 방대할 뿐 아니라 불이익 처분 등은 법률 규정 문제이지 감정으로 반박하거나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김명호 교수의 주장을 법률적으로 반박할 뿐임을 강조했다. 이재원 변호사는 성균관대 출신의 판사와 변호사가 이 사건을 다루는 데 대한 연관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언급을 피했다.

김명호 교수의 대법원을 상대로 한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졌다. 3월 22일에는 양승태 대법관에게 공개 법리논쟁을 제안했다. 재임용 관련 사립학교법에 대한 공개 법리 논쟁이었다. 공개 법리 논쟁 결심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3월 9일 양승태 대법관 주심으로 재임용 소송 판결이 두 개가 났다. 그런데 이 판결들이 위헌, 위법적인 것이다. 앞서 얘기 했지만, 법원조직법을 위반하면서 탄생한 87년 판결 때문에, 지난 20년간 양심 교수를 비롯한 수백 명의 교수가 재판다운 재판도 받아보지 못하고 패소당해 학교에서 쫓겨났다. 재임용 소송은 자동패소 판결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억울하게 해직당한 교수들이 대법원이 위법하게 해석한 그 법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하였고, 2003년에야 비로소 위헌 판정을 얻어냈다. 그리고 2005년 1월 27일 그 위헌 법조항이 개정되었고, 과거에 없던 구제절차가 삽입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3월 9일 선고에서 양승태 대법관이 위헌판정 받은 그 법조항을 인용하면서, 그 새로운 법도 무력화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위헌 판정 받은 법조항을 사용했다는 것이 바로 위헌이요, 77년 판례의 법률해석을 법원조직법을 위반하며 변경한 것이 위법적이라는 것이다.”

김명호 교수는 87년과 2006년 3월의 판결의 차이가 87년에는 재임용소송=자동패소판결인데 비하여 후자에는 구제절차가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구제절차가 있더라도 돈 몇 푼 받는 것일 뿐이지 학교 당국이 복직시키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위헌 위법적 판결에 대하여 법리 논쟁을 제안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내용이다.

4월 7일에는 서울고법 민사2부 변론준비기일이었다. 김명호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당일 메모 내용을 올렸다.

“그러니까 작년 10월 18일 사건이 접수된 이후 6개월만에 처음 열린 재판이었다. 수학을 해서 논리적인데 왜 ‘교수지위확인’하고 ‘재임용거부 결정무효확인’ 두 가지를 했냐 라고 재판장이 묻길래, 상식적 법리적으로는 같은 데도 불구하고, 그 둘을 구분하는 판사들이 있어 그랬다고 답했고, 재판장이 같은 것이니 하나로 하자고 하여 동의했다. 1심에서 이혁우 판사는 교수지위 확인 소송과 재임용거부결정무효확인과 구별해서 판결했다. 그리고 양승태 대법관도 교수지위확인은 안 된다는 결정을 했는데, 이날 재판에서는 하나로 정리했다.”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을 미뤄볼 때 약간의 진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학문적 양심과 10년 이상 굴절되어 고통받아온 한 연구자의 삶을 치유하는 결정을 내릴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더 이상 학문적 양심을 훼손하지 말라. 김명호 교수는 절규하고 있다.

“이길 때까지 할 것이다. 복직도 중요하고, 우리 나라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법을 안 지키는 판사들이 문제다. 특히 대법관들한테 법 좀 지켜달라고 하고 싶다. 3월 9일의 양승태 대법관의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안 지키고 법원조직법도 안 지킨 것이다. 힘으로 밀고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대법원이 명예훼손으로 나를 고발한 것대법원 재임용 판결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나를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5월 12일 변론준비기일을 받아놓고 있는 김명호 교수, 학문적 양심을 지키고 대법원의 부패를 고발하는 한 연구자의 1인시위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민교협, 김명호 교수 사건 신속·공정한 재판 촉구
'미운오리' 수학 교수, ‘불경죄’로 해직 10년째
교수사회의 폭력과 한국 대학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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